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가보가 있습니다.
결혼할 때 내 내자(內子)에게 해준 코트,
양장 투피스 한 벌과 신혼여행에 들고 갔던 가방,
그리고 보스턴백에 가득 찬 내가 띄운 연서(戀書)가 그것입니다.

그것들을 일 년에 한두 번 햇볕을 쏘이고, 손질도 하고,
한 동안 보다가 다시 가방 속에 다시 넣으면서
'우리가 결혼할 때처럼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 받습니다.

칠십에 글 모음집을 냈습니다.
그리고 내자도 이태면 칠순이 됩니다.
그 때 내자는 신혼 때 입은 양장을 입고,
나는 '초연처럼'이라는 연서 모음집을 선물할 생각입니다.

내자가 몸이 줄어 옷이 맞지 않을지라도 다시 입고 싶은 것은,
내가 내자에게 빛바랜 편지라도 다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우리는 아직 초연 때와 같이 초심으로 살아갈 날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해석님, '초연(初戀)처럼'에서 -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