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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탈석유 정책은 머나먼 길"
부시 대통령은 순회에 앞서 "미국은 정치가 불안정한 국가나 이해를 달리하는 국가들로부터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며 "우리는 결코 이들 산유국의 볼모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말만 앞선 정책"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시가 석유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로 꼽은 에탄올과 태양열.풍력에너지.청정석탄과 에너지 소비를 줄여줄 하이브리드 차량 등을 상용화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이 분야에 책정한 지원비는 고작 1억5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전체 기사보기]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의 핵무기도, 중동의 테러집단도, 북핵 문제도, 엄청난 재정 적자도 아니다.
바로 석유다.
미국은 세계 석유 소비 1위 국가이자 심각한 석유 중독증에 걸린 국가로, 인구 수는 전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석유 소비량은 전세계 1/4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하루 약 11리터의 석유를 소비하며, 한해 약 71억 9100만 배럴(2002년 기준)을 "먹어 치우고" 있다. 이는 2위 석유 소비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의 20억 배럴에 비해 3.5배 이상 높은 수치.
그러나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양은 한해 20억 배럴 정도에 불과, 나머지를 모두 중동이나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석유 소비량은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국내 석유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
최상단에 검은색 라인이 미국의 석유 소비량. 그 아래 붉은색 라인이 미국 내 석유 생산량. 제일 밑에 파란색 라인이 미국의 석유 수입량. 해가 갈수록 미국의 석유 소비량과 생산량 사이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 확실하다.
이미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절정기였던 1970년 생산량의 절반도 안된다. 알래스카 유전의 가용 석유량은 급감하고 있으며, 마르지 않을 것 같았던 텍사스 유전은 오래 전에 바닥을 드러낸 상태.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 국가들 중 상당 수가 정치적으로 불안하거나 반미 감정으로 들끓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 가장 많은 석유를 수출하는 국가 순위
1. 사우디아라비아: 17%
2. 멕시코: 16%
3. 캐나다: 16%
4. 베네수엘라: 13%
5. 나이지리아: 6%
6. 이라크: 5%
(기타 국가 27%)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매장한 국가 순위
1. 사우디아라비아: 2610억 배럴
2. 이란: 1258억 배럴
3. 이라크: 1150억 배럴
4. 쿠웨이트: 990억 배럴
5. 아랍에미레이트: 978억 배럴
6. 베네수엘라: 778억 배럴
7. 러시아: 600억 배럴
현재 미국에 석유를 공급하고 있는 주요 국가 중 미국의 "확고한 동맹"이라고 할만한 곳은 캐나다 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도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이긴 하나 국민들의 반미 감정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 이미 1973년 중동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모든 아랍 국가는 미국에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고 미국은 치명적인 석유 파동을 겪었다.
특히 미국 석유 공급의 총 25%를 담당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이라크는 미국에게 더 이상 불안할 수 없는 석유 공급지.
베네수엘라는 최근 민족주의 정치 노선을 표방하는 차베스 대통령의 득세로 베네수엘라 내에서 활동 중인 미국 석유 회사들이 큰 위기를 맞고 있으며,
나이지리아는 무수한 군사 쿠데타와 민족 간 갈등, 그리고 현재 비동맹중립정책과 아프리카 중심주의를 표방하는 정권이 들어서는 등 미국과의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란의 경우 1978년 이란 혁명을 계끼로 미국에 석유 공급을 전면 중단한 상태이며, 이라크는 최근 친-이란 정권이 정권을 장악, 이란의 반미 정치 노선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 미국 석유 수입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6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지도자가 된 우고 차베스는 최근 "미국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남미 국가 연합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국제 정세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전세계 석유 생산량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분석이 세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콜린 캠벨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석유 생산량이 2006년 올해 정점에 달할 것이며 이후로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전세계의 모든 석유 생산량은 2016년 정점에 달했다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이 조사를 신뢰 하든 말든, 지구상에 존재하는 석유에는 한계가 있고, 그 석유를 뽑아낼 수 있는 시기는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저유가 시대는 우리 세대에 끝난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석유를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시기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2004년 6월 판. "저유가 시대의 종말" 표지. 여기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석유 최저가 시대의 풍요"가 앞으로 5년 안에 끝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제시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인데도 미국은 좀처럼 석유 중독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미국에선 휘발유 가격이 물보다 훨씬 싸다. 실제로, 미국에선 휘발유 1갤런의 가격이 물 2리터 가격보다도 싸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연비 효율이 높은 자동차보다는 엄청난 기름을 먹어대는 SUV나 험비 같은 대형 승용차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지금 당장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정치 경제적 논리에 의해 끊임없이 진행이 지체되고 있다.
운송, 식량, 냉난방, 제조, 건설, 연구 개발 등 현대 문명에서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분야는 단 하나도 없다. 가장 비근한 예로, 우리가 먹는 소고기 1KG을 만들기 위해선 석유 7리터를 소비해야만 한다.
특히 미국은 석유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석유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게 되면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가들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현재의 물보다 싼 석유 가격을 유지하려 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덧붙여 부시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석유 회사 출신이라는 점도 미국이 석유 의존도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커다란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 기업 출신이며 석유자본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조지 부시는 물론이고 체니 부통령, 내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모두 석유기업 간부 출신이며, 심지어 그의 아버지 부시도 현재 석유 기업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 명백한 현재의 위기를 감출수는 없는 법. 석유 회사 간부 출신인 조지 부시 대통령도 최근 "미국은 지나친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