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큰 키 나무로서,  잘 자라면 15m쯤 까지 자라기도 합니다.  세로로 벗겨 지는 흑갈색의 나무껍질은 깊이 있어 좋으며, 한 뼘쯤 되는 길이의 길쭉한 잎새는 시원해서 보기 좋습니다.

 

밤나무의 꽃은 워낙 눈에 잘 띄고,  설령 눈에 보이지 않아도 풍기는 냄새만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별나지만 이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술처럼 다북히 길게 길게 늘어져 달리는 것은 수꽃들의 꽃차례이고,  암꽃은 이 수꽃의 꽃차례 바로 밑에 3개씩 달리는데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밤나무 열매는 고슴도치처럼 뾰족한 밤송이를 벗겨 내고 나서도 밤톨의 겉껍질, 그리고 속껍질을 벗겨 내야 비로소 속살을 먹을 수 있으니  이는 곧 일하지 않는자 먹지 말라는 자연의 이치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듯 합니다.

 

밤은 한자로 쓰면 율(栗)입니다.

 

이는 나무 위에 꽃과 열매가 아래로 드리 워진 모양을 본따 만든 상형문자를 뜻합니다.  일본에서는 밤을 구리라고 하는데,  구리는 왔다는 뜻의 올래(來)자를 발음한 것인데, 전쟁터에서 이기고 돌아왔다는 뜻이라고 하며,   그래서인지 개선 축하식에는 밤을 쓴다고 합니다.

 

밤을 영어로는 체스트 넛트(Chest nut)라고 하며, 이는 단단한 통에 틀어 있는 견과라는 뜻인데, 가시 같은 밤송이는 아무도 접근하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 같습니다.

 

밤의 쓰임새를 살펴보면,  제사 상에  올리는 생밤,  밤을 넣어 만드는 약밥은 별식중의 하나이고, 갈비찜을 비롯한 여러 요리에 모양 삼아, 맛 삼아 밤이 들어 갑니다.

 

그밖에도 밤으로 만든 음식에는 밤주악, 밤초, 밤죽, 밤떡, 밤다식, 밤단자, 밤경단, 송편의 밤소 등 무궁무진합니다.

 

밤을 말려 껍질을 제거한 황률도 맛이 고소하고,  프랑스에는 마농 글라세(Marrons glaces)라고 하는 유명한 과자가 있는데,  밤알을 설탕에 진하게 조려 만드는 이 과자는 세계 3대 명과에 속할 만큼 맛이 좋습니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율자(栗子) 또는 율과(栗果)라고 하며 밤 껍질이나 밤꽃, 나무껍질도 약으로 이용합니다.  밤 자체가 영양가 높은 식품이지만 약재로도 아주 훌륭하다고 합니다.

 

밤꽃에서 따는 꿀도 유명하고. 사당이나 묘에 세우는 위패를 만드는 데는 꼭 밤나무를 쓰는데,  그 이유는 살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대부분 식물들은 종자에서 싹을 띄워 내면서 종자의 껍질을 밀고 올라오게 마련인데,  밤나무는 그 반대로 종자의 껍질이 뿌리가 내려 가고 줄기가 올라가는 그 경계 부근에 오래도록 달려 있습니다.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10 년 또는 100 년 이상 껍질이 달려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밤나무는 자기가 나온 근본을 잊지 않는...  즉, 선조를 잊지 않는 나무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밤은 자식과 부귀를 상징하기도 해서  혼례에서는 꼭 밤이 등장합니다.

 

근본을 잊지 않고,  요모조모 요긴하고 때론 특별하지만 풍성하게 끝을 맺는 밤나무.  밤나무는 작은 일에 너무 집착하는 요즈음 우리보다 낫다 싶습니다.

 

여러분 오늘 시간이 나시면,  밤나무를 구해 위패를 하나 만들어 보시는것도 이 .. 가을에 하나의 일과 보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참..!!

 

그렇다고 해서 오늘 당장 산에 가서 밤나무 베어서 위패를 만들진 마세요.  위패를 만드는 밤나무는 제가 알기로 밤나무 원목을 잘라서 3 년 정도 음지에서 말린것이어야 합니다.   보통 시골 가면 마루 밑에 밤나무 원목 한두개가 놓여 있는것이 있는데 이것을 써야 제대로 된 위패가 만들어 집니다.